Albertus

너에게 묻는다.

paxinterris 2010. 3. 19. 09:58

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

너는

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


예전에 S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『카이스트』에서 한 주인공이 읊조리던 시였다. 아주 짧은, 어쩌면 그래서일  단 세 줄의 시가 내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다.

연탄. 따뜻함에 대한 야누스가 가진 두 얼굴의 모습일까?
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을 그 잔혹함.

연탄재. 다 타고 남은, 빙판길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뿌릴 때에나 쓸모 있는.

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모습이다. 그러나 제 운명에 맞게 제대로,
제 때에 살다간 연탄에게 그러한 뒷모습은 결코 흠이 아닐 터였다.
어쩌면 따스함을 잃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연탄재조차,
도로 위에 뿌려져 안전사고를 막는 훌륭한 장치가 되어 주었으니,
연탄으로서는 자신의 임무를 200% 수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.

사회에서 ‘잉여 인간’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.
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시간만 축내는 사람들을 일컫는, 결코 좋지 않은 말이다.
마치 물이 묻어, 불을 붙일 수 없는 연탄을 뜻하는 듯.

주변을 위해서 단 한 순간의 따스함이라도 내어보일 수 있도록
늘 준비해야겠다...

그렇게 할 때라야, 다 타고 남은 연탄에게도 깊은 경의를 표할 수 있으리-
그러지 않는다면, 발길질이나 두어 번 하다가 지나쳐 가겠지.